갓바위에 오르다.
일요일 새벽 4시 30분경.
갓바위 오르는 길엔 가로등이 밤새 켜져 있었다.
한 친구가 12시에 올라가자고 했던 이유를 알수 있을것 같았다.
미리 그 이유를 알았더라도 난 12시엔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내 목적은 일출을 보는 것이었기에...
한 20여분쯤 올라 갔을때
갓바위 돌계단이 나온다.
이미 가파른 언덕을 오르느라 숨은 턱에 찼는데...
이제부터 1365계단을 올라야 한다니...
생각만으로 다리가 풀린다.
올라가는 길에 너무 힘들어 사진이고 뭐고 찍을 생각도 못한다.
중반부를 넘기면서 부터는 20~30여개를 오르면 잠시 쉬어 다리를 풀어주고
또 오르고를 반복하며 나 땜에 늦어지는 점이 미안해
항시 산행을 즐기는 두 친구에게 먼저 가서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기다리라고 해놓고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간다.
참 간만에 나선 산행... 한동안 산으로 꽃 찍으러 가질 않았더니 더욱 힘들었다.
8부 능선쯤 되었을까?
조그만 공간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 꺼낼 생각은 못하고 폰으로 한장 담는다.
드디어 다 올라왔다.
이마에선 땀이 비오듯 떨어지고
옷은 이미 다 젖었다.
밤새 술마시며 한잠도 자지 못하고 올라온 내가 대견스러울 정도...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기도 드리는 분들.
이분들은 조금 늦은 편이다.
산을 오르기 시작할 무렵에도 이미 기도를 마치고 내려오시던 분들이 심심찮게 있었으니
그분들은 정말 12시에 올라 오셨나 보다.
갓바위다.
갓바위 앞에 기도처가 있고
한가지 소원은 들어 주신다는 약사여래불 앞에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나는 밤새 위경련에 고생했던 아들녀석과 시중드느라 마찬가지로 한잠도 못잔 아내 건강을 빌었다.
이 소원을 들어 주신걸 어떻게 확인할꺼나???
엎드려 기도할 생각은 안하고 사진만 담고 있다.
카메라 꺼낼 생각도 없이 그냥 폰으로만...
내려오다 보니 수능 100일기도 접수중 이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래... 수능철이구나~~~
자식의 합격을 위해 오신분도 많겠구나란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기도로 합격하면 열심히 공부만 하다 떨어진 아이들은 저 부처님에게 버림받은 자식들일까?
한 친구가 올해 수능보는 딸 아이를 위해 만원짜리 한장 꺼내어
시주함(?)에 넣으며 원하는 대학에 진학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리속에 있던 생각을 지워 버린다.
공부는 자식의 몫이고, 기도는 부모의 몫이려니... 그냥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자고...
하산 길은 경산쪽으로 내려왔다.
차를 가져간 친구에게 - 이 친구는 올라오지 않고 차에서 한숨 잤다. - 그쪽에서 만나자고 올라왔기에
뒤돌아 오는 것보다 일주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일주문 위로 하늘이 참 맑았다.
어느새 술기운은 모두 사라지고...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친구를 만나 식당으로 향한다.
두시간 조금 넘게 걸렸다.
술마시던 도중 도망쳤던 한 친구도 식당으로 다시 오고...
이것도 모두 폰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