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편안히 가셨습니까?
성탄전야
십여일 전쯤 갑자기 위독해지시고
조금 나아지셨다 싶었는데
성탄전야에 떠나시다니요?
신부님은 이리 좋은날 떠나신건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말씀하시지만
못내 떠나신게 아쉽고 서글픕니다.
평생을 신앙생활로 지내 오시다
떠나 시는 날마저 성탄전야에 떠나신걸 보면
어머님의 일생은 신앙속에 살다 가신게 맞는것 같습니다.
주무시듯 편안한 모습에
정말 돌아가신게 맞는건지 참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12월 24일 저녁 18시 25분... 음력 11월 26일.
마지막까지 곱디고운 모습으로 떠나신 어머니
할아버님은 어머님을 얻으시고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귀한(貴) 딸(女)이란 이름으로 부르셨지요.
아버지를 만나시고
7남매를 낳아 기르시며
그 어느 누구에게도 회초리 한 번 안들으셨다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에게 회초리를 맞은건 저밖에 없으니
얼마나 어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한 자식인지
사뭇 후회스럽고 죄스러움이 밀려 옵니다.
고등학생 시절의 어느날
새벽녘 어스름한 시간에
제 발밑에 앉아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왜 그때 눈이 떠졌는지 저도 모릅니다.
그날 그 모습은 그 이후로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힘들고 지치고 외롭다고 느껴지더라도
날위해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습니다.
이제 제법 대가리 커진 학창시절과 군시절을 지나며 참 많이도 속상하셨지요?
하지말란 짓은 참 많이도 했었습니다.
평범하게 살지를 못한 시절이었지요...
그래도 묵묵히 다 받아주셨던 어머니...
이제 제 자식이 다 커가는 걸 보면서
우리 어머님은 참 많이도 참고 또 참으며 살아 오셨구나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
시신기증 서약을 하셨다고 했을때
참 많이도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머니의 몸을 연구용으로 기증하시면
날마다 그 누구의 손에 의해 이리저리 난도질 당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몸을 떨었거든요.
그래도 어머니의 선택이시니 강남 성모병원에서 모셔 갔습니다.
어머니
편안히 하늘길 가셨는지요?
먼저 가신 아버님을 만나셨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어머니의 장례미사를 치루던 월요일엔
아버지의 세례명인 스테파노 축일이라고
어머니를 아는 많은 분들이
어쩜 이리도 날자를 잘 맞추셨는지 축복이라고 하십니다.
그 큰 성당에 자리가 꽉찰만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어머니의 장례미사를 치뤘습니다.
평일인데도 우리 어머니 가시는길 외롭지 않도록
노래하며 기도하며 꽃길로 보내 주었습니다.
어머니
이제 이승에서 다시 뵐수는 없겠지요?
그게 너무 마음 아픕니다.
어머니를 찾아 뵐때마다
"우리 막내왔네" 하시며
제 손을 잡고 얼굴에 부비시며 입 맞추어 주시던 그 따스함을
이제 추억속에 묻어야 함이 너무 가슴 아파 눈물만 나옵니다.
낮에는 막내누이와 통화하는데
병원으로 달려가면 어머님이 맞아 주실것 같다는 소리에
정말 뛰어가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이제 편안함을 누리세요.
우리가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마음 아파도 꾹 참으며 열심히 살아 가렵니다.
어머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저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어머님.
아니... 엄마... 이제 편히 쉬어요~~~